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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꺾인 지드래곤, 88개월만 콘서트 총체적 난국... 73분 지연→선택적 라이브 [종합]

이진주 기자
2025-03-30 19:11:37
|무기한 기다림·아쉬운 목관리 등 잡음에도 일인자 지켜냈다!  
|올 하반기 앙콘 귀띔… 내년 빅뱅 20살 “아주 섹시한 성인식” 예고

‘지드래곤 2025 월드투어 위버맨쉬 인 코리아’ (제공: 갤럭시코퍼레이션)

가수 지드래곤이 기상 악화 등의 이유로 날개가 꺾이고 말았다.

지드래곤은 29일과 30일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지드래곤 2025 월드투어 위버맨쉬 인 코리아’를 열고 약 6만여 명의 팬들과 만났다.

이날 지드래곤은 정규 3집 선공개곡 ‘POWER(파워)’, ‘HOME SWEET HOME(홈 스윗 홈)’으로 화려한 포문을 열었다. ‘크레용’, ‘보나마나’, ‘그 XX’, ‘Butterfly(버터플라이)’, ‘너무 좋아’, ‘삐딱하게’, ‘Heartbreaker(하트 브레이커)’, ‘개소리’, ‘TOO BAD(투 배드)’, ‘DRAMA(드라마)’, ‘소년이여’, ‘THIS LOVE(디스 러브)’, ‘무제’ 등 총 25곡의 세트리스트로 VIP(팬덤명)들의 니즈를 충족, 숙원사업을 청산했다. 

공연 첫날, 오랜 기다림 끝에 돌아온 지디의 콘서트는 당일 역시 무기한의 인내를 요했다. 앞서 지드래곤의 소속사 측은 궂은 날씨로 인해 30분 지연을 공지한 바. 그러나 약속된 시간에도 43분간 그를 만날 수 없었다. 스크린에는 아무런 공지 없이 계속해서 광고 영상을 비추자 객석에서는 참다못한 야유가 터져 나왔다. 

‘지드래곤 2025 월드투어 위버맨쉬 인 코리아’ (제공: 갤럭시코퍼레이션)

이번 공연은 지난 2017년 월드투어 이후 무려 88개월 만. 그렇기에 지드래곤은 만반의 준비를 가했다. 위버맨쉬 ‘U’ 로고가 새겨진 무대부터 초대형 에어 벌룬, 개 로봇, 드론쇼 등 혁신적인 무대 연출로 팬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초인이 되어 하늘을 나는 암 리프트에는 결국 오르지 못한 것이다.

드레스 코드의 레드 컬러에 맞춰 빨간 장미와 왕관을 쓰고 등장한 지디는 “오랜만이다. 지드래곤이 돌아왔다. 8년 만에 무대에 올랐다. 오늘 놀 준비 됐냐. 낯짝이 두꺼워야 하는데 부끄럼이 많다. 힘을 많이 안 주면 삐쳐 들어갈 거다”라며 수줍게 인사했다.

이어 그는 “상황이 시끄러운 와중에 마음이 편치 않을 텐데 귀한 시간을 내준 여러분 덕분에 이렇게 앞에 서게 됐다. 이번 무대를 만들 수 있게 되어 감사하고 영광”이라며 “8의 저주라고 하기엔 내가 8이 많다. 8이 날 따라다닌다. 팔자인 거 같다. 그동안 군대도 다녀오고 코로나도 길었다. 3년 전 이맘때는 ‘봄여름가을겨울’을 발표했다. 멤버들은 각자 열심히 빛나고 있는데 오늘은 내가 제일 빛나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쉬는 시간 없이 활동을 계속해 왔는데 이제 와서 느끼는 것 같다. 처음으로 컴백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이랄까. 직접 뭘 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어 많이 고민했고, 그립기도 했다. 만나기로 약속했지 않냐.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코가 찡긋할 만한 단어가 뭐가 있을까. 아무튼 좋다”고 덧붙였다.

‘지드래곤 2025 월드투어 위버맨쉬 인 코리아’ (제공: 갤럭시코퍼레이션)

또 빅뱅의 태양과 대성, 투애니원 CL(씨엘), 비트박서 윙이 든든한 지원사격을 더했다. 특히 씨엘과 호흡한 ‘The Leaders(더 리더스)’는 킹과 퀸의 찰떡 재회를 그렸고, 아시아 챔피언 윙과의 콜라보는 천재들과 동시대를 살아감에 있어 벅찬 감격을 안겼다.

그런가 하면, 지디의 플로어 방문은 호응 유도라는 의도에서 벗어나 삽시에 관객들의 무질서를 야기하며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그의 다소 즉흥적인 행동에 카메라감독도 팔로우를 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 대부분의 팬들이 한 곡 분량을 내 가수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애만 태워야 했다.

장미꽃에 이어 메탈릭 코트, 민트 수트와 파나마햇, 스키니진과 날개 소품, 가운에 퍼 스카프 등 스타일리시한 볼거리를 제공했으나, 빈번한 음이탈과 곡을 끝까지 소화하지 못하는 모습에서 반감을 사기도 했다. 어째서인지 현장에서의 떼창과 싱어롱도 미적지근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그의 무대 매너에 대해 “선택적 라이브”라고 일침했고, 팬들은 “목 관리 아쉽다. 앞으로는 건강을 더 신경 썼으면 좋겠다”고 걱정했다.

게다가 가사에 집중한 원색적인 퍼포먼스가 입방아에 올랐다. 새하얀 바디수트를 입은 댄서들의 민망한 춤사위가 지속적으로 LED 전광판에 노출되면서 수위에 대한 지적도 이어진 것이다. 

‘지드래곤 2025 월드투어 위버맨쉬 인 코리아’ (제공: 갤럭시코퍼레이션)

그럼에도 일인자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형형색색의 꽃밭은 물론 공연장 곳곳에 스카프 열풍이 불었다. 팬들은 굿즈를 사기 위해 일찍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저마다 데이지 스카프와 위버맨쉬 모자로 한껏 멋을 내는 등 이색 풍경이 펼쳐졌다. 그중 유재석과 지석진, 하하, 양세찬 ‘런닝맨’ 멤버들도 트렌드에 탑승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솔로 댄스 브레이크 도중에는 발이 미끄러지기도 했으나 20년 차의 내공으로 자연스레 넘어갔다. 그는 “몸을 좀 풀고 했어야 했는데 콧물이 나서 코만 풀었다”고 잔망 매력을 발산하며 “‘위버맨쉬’ 앨범이 니체, 사상, 철학 등 어려워 보이는데 사실 있어 보이려고 한 거고 별 거 아니다. 그냥 열심히 계속하자는 뜻”이라며 멋쩍은 제스처를 취해 보였다.

이어 “내가 연구 대상인가 보더라. 내 행동, 말투, 몸짓, 가사의 의미를 소름 돋을 정도로 고맙게 해석을 잘해주신다. 생각하고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내재된 건 맞다. 그런데 이때부터 지디는 다 계획이 있었다느니 그때 아무 생각 없었는데 (웃음). 나도 괜히 나쁘지 않은데? 하며 좋아요 눌렀다”라며 “좋아요를 많이 눌러서 무슨 프로그램 돌리는 줄 아는데 오래 안 걸린다. SNS 중독인 것처럼 말하던데 나 되게 바쁘다. 알고리즘에 보면 좋아요 할 만한 것들만 올라온다”면서 ‘좋아요요정’으로서 오해에 대한 해명도 잊지 않았다.

‘지드래곤 2025 월드투어 위버맨쉬 인 코리아’ (제공: 갤럭시코퍼레이션)

그는 거대한 에어 벌룬을 가리키며 “내 옆에 ‘위버맨쉬’ U를 형상화한 인물 둘이 대칭으로 서 있다. ‘하트 브레이커’ 때의 나와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의 나”라면서 “내 시작(과거)과 현재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이다. 이건 몰랐지?”라며 재치 넘치는 입담도 선보였다.

그러면서 “오신 분들도 나도 행운이다. 많이들 오고 싶어 했는데 안타깝지만 꽃이 꽉 찼다. 더 심을 데가 없어서 올해 안에 한번 더, 많이 하겠다”며 앙코르 콘서트를 스포, “이 뷰를 내가 또 볼 수 있을까. 기대하지 않았는데 진짜 감사드린다. 한 분 한 분 눈에 담고 싶다. 최대한 새기고 있으니 나도 많이 기억해 달라. 또 오늘 늦어서 죄송하고 추워서 죄송하다. (하늘을 바라보며) 야 너 (내일은) 부탁한다”고 호통쳤다.

끝으로 지디는 “형제들이 있다. 내년에는 우리가 스무 살이라 아주 섹시한 성인식을 구상 중이다. 오늘 이후로 한 바퀴 돌고 빨리 오겠다”고 기약하며 “예전의 모습과 당연히 다르다. 지금 모습이 어때 보이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모습이든 계속 도전하고 새롭게 보여줄 수 있는 나와 여러분의 모습을 ‘위버맨쉬’라고 정의하고 싶다. 앞으로 못하면 눈치도 주고 잘하면 좋아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드래곤 2025 월드투어 위버맨쉬 인 코리아’ (제공: 갤럭시코퍼레이션)

한편 지드래곤은 지난달 정규 3집 ‘위버맨쉬’를 발매했다. 그는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도쿄, 불라칸, 오사카, 마카오, 타이베이, 쿠알라룸푸르, 자카르타, 홍콩에서 열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또 5월 31일과 6월 1일 미국 캘리포니아 패서디나 로즈볼의 브룩사이드에서 열리는 ‘HEAD IN THE CLOUDS LOS ANGELES 2025(헤드 인 더 클라우드 로스앤젤레스 2025)’에 헤드라이너로 출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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