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 고양시 일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콜드플레이의 첫 번째 내한공연이 개최됐다. 8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그들은 반가움과 친근함을 드러내며 서투른 한국어로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라이브네이션 프레전트 콜드플레이 :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 딜리버리드 바이 DHL’은 16, 18, 19, 22, 24, 25일 총 6회에 걸쳐 진행된다. 총 30만 명가량의 관객이 고양벌을 찾을 예정으로, 이는 역대 내한공연 중 최대 규모다.

콜드플레이는 2000년대 이후 스타디움 락밴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그룹이다. 하지만 정통 락사운드를 버린 탓에 골수 마니아들에게는 ‘이제 락밴드라고 보기 어렵다’는 애증 어린 평을 듣기도 한다.
2001년 1집 ‘Parachutes’와 2003년 2집 ‘A Rush of Blood to the Head’ 이후 콜드플레이는 자신들의 음악세계에서 기타 사운드의 비중을 차츰 줄여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2011년 5집 ‘Mylo Xyloto’에서는 일렉트로닉 팝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사운드를 선보였다.
하지만 로큰롤이라는 단어를 단순한 음악 용어가 아닌 일련의 정신적 태도로 해석할 때, 콜드플레이는 여전히 락밴드다. 그들이 음악과 공연을 대하는 애티튜드는 과거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이는 이번 내한공연에서도 여지없이 증명됐다.
크리스 마틴은 해당 공연이 솔로가 아닌 밴드 공연이라는 사실을 공고히 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공연을 쇼(Show)의 개념으로 여기고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는 팝스타들과 달리, 이들은 플레이(Play)에 집중했다. 그는 시야제한석에 앉은 팬들까지 살피며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공연의 시작을 알린 곡은 9집 수록곡 ‘Higher power’였다. 크리스 마틴은 열정적으로 무대를 누볐고 관객들 역시 열띤 환호를 보냈다.
멋진 등장이었지만 사운드는 못내 아쉬움이 남았다. 크리스 마틴의 보컬은 라이브 시 매우 섬세한 믹싱을 요한다. 프론트맨으로서의 영향력과는 별개로, 그가 지닌 중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팔세토를 활용한 창법은 믹싱이 조금만 어긋나도 밴드 사운드에 묻히기 십상이다.
라이브 초반부에 이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했다. 울림이 강한 크리스 마틴의 마이크와 트레블을 높게 설정한 기타가 서로의 사운드를 뭉갰다. 특히 ‘paradise’에서는 기타 리프 멜로디가 제대로 뻗어나가지 못했다. 다만 다음 곡 ‘The Scientist’부터는 빠르게 개선됐다.
노래를 마친 크리스 마틴은 “한국말이 서툴어도 이해해 주세요. 고맙습니다. 반갑습니다. 행복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이후 크리스 마틴은 자신의 심볼이 된 에메랄드 티셔츠를 입고 다시 연주를 이어갔다.
이윽고 돌출무대로 이동한 멤버들은 대표곡 ‘Viva la Vida’를 연주했고, 5만 관중은 LED 팔찌를 흔들며 격한 함성을 보냈다. 달아오른 공연장에는 ‘Yellow’와 ‘Charlie Brown’이 연이어 울려 퍼졌다.

앵콜 타임에는 입장 전 배부한 고글을 착용해 달라는 안내 문구가 나왔다. 해당 고글은 조명이 반사되는 모양을 하트 모양으로 바꾸어 주는 특수 장치로, 하트는 대형 풍선과 함께 공연장 곳곳을 떠다니며 관객들에게 콜드플레이의 밤을 각인시켰다.
이날 공연을 만드는 데는 관객들의 공 역시 컸다. 한 스태프는 크리스 마틴의 손을 잡고 ‘Up and Up’을 함께 불렀고, 또 다른 이는 EDM 풍의 이벤트 사운드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갑작스레 무대에 올라 당황스러울 법도 했지만 둘 모두 그 순간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또 카메라에 잡힌 관객을 향해 크리스 마틴이 즉석으로 노래를 불러주는 시간도 가졌다. 러시아 국적 남성이 눈물을 흘리자 크리스 마틴은 푸틴을 언급하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콜드플레이는 초창기 시절, ‘잔잔한 사운드와 서정적인 가사 밖에 쓸 줄 모르는 밴드’라는 비아냥에 혁명을 노래하는 ‘Viva la Vida’로 응수했다. 이후에는 박애와 연대라는 주제에 천착했다. 그들은 공연 내내 관객들이 서로 화합하여 에너지를 주고받도록 유도했다. 이러한 자세는 그들이 단순한 팝스타가 아닌 분명한 지향점을 갖고 활동하는 밴드 아티스트라는 것을 뜻했다.
한편 콜드플레이는 지난해 10월 10집 ‘Moon Music’을 발매했다. 이후 ‘Music Of The Spheres’라는 이름의 투어를 시작했으며 이번 내한공연은 해당 투어의 일환이다. 한국 공연을 마친 이들은 미국, 캐나다, 영국에서 열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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